탄소포집 소재 시장이 오랫동안 표준으로 여겨져 온 금속유기골격체(MOF)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OF는 UC버클리 오마르 야기 교수의 연구로 대표되는 다공성 소재지만, 생산단가가 높고 내구성이 떨어져 상용화 단계에서 한계를 드러내 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카볼루션(공동대표 임지순·김경원)이 층상 무기물 사이에 유기물 기둥을 넣은 새로운 구조의 흡착소재 'SPOIC'를 내놓으며 대안 소재군의 가능성을 시장에 제시하고 있다.
MOF 대안, 층상 구조로 방향 전환
SPOIC은 알루미늄, 아연 등 저렴한 범용 원료를 상온·상압에서 조합해 만들 수 있는 소재다. 고온·고압·습도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제조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기존 MOF 소재와 구분되는 지점이다. 처리하려는 가스 종류에 따라 구조와 성분을 조정할 수 있는 플랫폼 방식이어서, 특정 용도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산업 현장에 적용될 여지를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공인시험에서 이산화탄소 흡착 성능을 검증한 결과, 야기 교수의 기존 연구 수치를 웃도는 성능이 확인됐다.

반도체 스크러버에서 DAC까지, 적용처 확장 경로
탄소포집 소재의 사업화 경로도 단계적으로 넓어지는 양상이다. 카볼루션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전지 공정에서 발생하는 불소계 가스를 처리하는 건식 스크러버를 첫 사업화 단계로 택했다. 기존의 연소·분해 방식과 달리 2차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자원 순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반도체 공정 실증을 거친 뒤에는 직접공기포집(DAC) 분야로 기술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DAC 단계에서는 100도 이하의 열로 소재를 재생하는 저에너지 방식을 목표로 삼아 포집비용을 낮추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결합해 e-Fuel로 전환하는 순환 구조까지 구상하고 있다.
학계·투자 지형에서도 신호
이 같은 소재 개발 흐름은 학계와 투자 양쪽에서도 함께 감지된다. 카볼루션은 오는 2026년 8월 9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37차 전산물리학 국제학회 'CCP2026' 개막 기조강연에 나선다. 18개국 약 500명이 참여하는 이 총회에서 슈퍼컴퓨터와 계산과학을 활용한 소재 구조 탐색 방법론을 소개할 예정이다. 앞서 같은 달 7일에는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 일반트랙에 선정됐고, 한국과학기술지주(KST)와 내비온파트너스의 공동투자도 확보했다. 임지순·김경원 공동대표는 “이번 팁스 선정은 SPOIC의 기술적 우수성과 사업모델의 시장성을 평가받은 결과”라며 “반도체 스크러버를 시작으로 글로벌 DAC 플랜트 시장에 진출해 산업 현장의 온실가스 처리 문제를 해결하고 2050 넷제로 달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MOF의 한계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가운데, 층상 구조 소재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검증되고 투자와 학계의 관심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탄소포집 소재 시장 전반에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 공정용 스크러버라는 상대적으로 좁은 시장에서 출발해 DAC라는 넓은 시장으로 확장하려는 경로 역시, 초기 실증을 통해 신뢰를 쌓은 뒤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 이 분야에서 통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