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AI 전환(AX)을 둘러싼 시장의 논의가 ‘어떤 모델을 쓰느냐’에서 ‘업무를 어떻게 구조화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하나의 AI 도구를 도입한다고 조직 전체가 자동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면서, AI 에이전트를 업무 단위로 쪼개 워크플로우로 연결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젠다이브가 지난해 12월 정식 출시한 ‘데브다이브’도 이런 흐름 위에 서 있는 서비스다.

‘딸깍’이라는 마케팅 용어의 함정
함민혁 젠다이브 대표는 “딸깍으로 모든 게 다 구현되는 AI는 없습니다. 결국 실무자 한 명 한 명이 AI를 이해하고 프롬프트를 제대로 다룰 수 있어야 AX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한 번의 클릭으로 완성되는 AI’라는 표현 자체를 시장이 만들어낸 마케팅 용어로 본다. “AI를 마케팅 용어로 이해하면 안 됩니다. ‘딸깍 한 번이면 완성된다’는 건 실제로는 성립하지 않는 마케팅 용어일 뿐이에요. 그게 정말 가능했다면 이미 시장에는 챗GPT나 클로드 같은 서비스만 남았을 겁니다. 결국 실무자 한 명 한 명이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것이 AX의 시작입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런 인식은 젠다이브가 사업모델을 바꾼 배경과도 맞물린다. 회사는 데이터 구축 전문기업 젠데이터로 출발했지만, 2025년 사명을 젠다이브로 바꾸고 시스템 개발을 거쳐 워크플로우 서비스인 데브다이브로 사업 축을 옮겼다. 범용 생성형 AI를 조직에 곧바로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직의 업무 맥락을 학습시키는 과정을 서비스화한 것이다.
범용 AI는 ‘신입사원’, 반복 사용이 맥락을 만든다
함 대표는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같은 범용 생성형 AI를 조직에 막 들어온 신입사원에 비유한다. 아무리 뛰어난 모델이라도 그 조직의 업무 흐름과 맥락을 모르면 곧바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데브다이브는 이 문제를 워크플로우 설계로 풀어간다. 기업의 업무를 작은 태스크 단위로 나누고 이를 워크플로우로 연결한 뒤,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업무 맥락이 축적되도록 설계했다.
이 구조는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특징도 갖는다. 워크플로우 자체가 조직의 프로세스로 쌓이기 때문에, 기반이 되는 AI 모델이 바뀌어도 축적된 업무 맥락은 유지된다. 함 대표는 “업무 시스템화조차 안 돼 있는 중소기업에 처음부터 최적화된 모델을 적용하면 자원과 시간, 비용을 낭비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AX가 실패했던 사례에서도 이런 문제가 반복됐습니다”라며 순서를 뒤바꾼 접근의 위험을 짚었다.

수치로 드러난 워크플로우 방식의 효율
데브다이브는 지난해 12월 정식 출시 이후 가입자 1,220명, 워크플로우 사용 8,258건, 엔터프라이즈 계약 약 50건을 기록했다. 도입 기업에서는 반복 작업이 90% 이상 줄고 업무 효율이 3배 이상 향상됐으며, AI 도구 비용도 90% 이상 절감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동 워크플로우 생성 기능을 적용한 뒤로는 실무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비율이 80% 이상 상승했다는 수치도 확인됐다.
보안 문제는 클라우드와 자체 서버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클라우드에서 먼저 데이터를 축적한 뒤 기업에 맞춰 모델을 최적화하고, 이후 원하는 기업은 자체 서버로 구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초기 시장 확보는 마케팅 분야에서 시작했고, 자체 30초 광고 모델을 서비스에 적용한 사례도 있다.

딥테크 기술력이 뒷받침하는 방법론
젠다이브는 2024년 TIPS에 선정돼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했고 딥테크 사관학교에도 선정된 바 있다. 데이터 구축 단계에서 쌓은 기술력이 지금의 워크플로우 서비스로 이어진 셈이다.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해온 AX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문제는 결국 도구 도입 순서와 실무자 역량이었다는 것이 함 대표의 진단이다.
AI 모델의 성능 경쟁이 계속되는 사이에도, 그 모델을 조직 안에서 어떻게 사용하게 만드느냐는 질문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데브다이브가 보여준 가입자·계약 수치는 그 질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읽힌다. 프롬프트를 다루는 실무자의 역량이 AX의 출발점이라는 진단은, 앞으로도 AI 도입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되짚어야 할 지점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