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유치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투자자 간 네트워크 부족이다. 수도권에는 엔젤투자자와 개인투자조합이 촘촘히 얽혀 정보와 자금이 오가지만, 비수도권은 이런 순환 구조 자체가 얇다. 한국엔젤투자협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2021년부터 충청권·호남권을 시작으로 2023년 동남권, 2024년 대경권까지 지역 엔젤투자허브를 순차적으로 확대해온 배경이다.
이 4개 권역의 흐름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충청·호남·동남·대경권에서 활동하는 엔젤투자자 등 60여명이 8월 27일부터 28일까지 경주 코모도호텔에서 열린 ‘2026 지역 엔젤투자자 네트워킹’에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투자 성공·실패 사례, 조합 운영, 회수 경험을 공유하는 강연과 발표가 이어졌다.

데이터로 확인한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지역별 엔젤투자 현황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한 자리다. 국민대학교 이우진 교수는 ‘데이터로 본 지역 엔젤투자 실태’ 강연을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투자 여건을 비교 분석했다. 개인투자, 개인투자조합 결성, 투자실적 등을 집계한 데이터는 지역 투자생태계가 어느 지점에서 취약한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내는 근거로 제시됐다.
발굴부터 회수까지, 전 과정을 잇는 논의
행사는 단순 교류에 그치지 않고 투자 발굴부터 성장지원, 후속투자, 회수까지 전 과정을 다뤘다. 경희대학교 이정헌 교수, AI엔젤클럽 최준우, 그레비티벤처스 김혜진 등이 강연과 발표에 나서 각자 경험을 공유했다. 특히 지역에서 발굴한 기업과 수도권 투자자를 연결해 후속투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됐는데, 이는 지역 엔젤투자허브가 지역에 갇힌 자금 순환이 아니라 수도권 자본과의 연계를 통해 후속 라운드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종훈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엔젤투자허브는 지역 창업기업을 지원하고 수도권보다 취약한 지방의 초기 투자생태계 기반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벤처기업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 혁신기관과 협력해 지역 창업과 투자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두 개 권역으로 시작한 지역 엔젤투자허브가 2024년 대경권까지 확대되며 4개 권역 체제를 갖춘 지금, 이번 네트워킹 행사는 그간 각자 쌓아온 투자·회수 경험과 데이터를 교차 검증하는 첫 계기가 됐다. 수도권 중심의 투자 네트워크를 보완하려는 시도가 개별 권역 단위를 넘어 권역 간 공동투자 기반으로 넓어지는 흐름이 향후 어떻게 이어질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