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AI 논의의 축이 검증 단계에서 실사용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2026년 8월 27일 서울에서 열린 ‘AWS Financial Services Forum Seoul 2026’에서는 AWS코리아, 앤트로픽코리아, 현대캐피탈, 신한카드, KB국민은행·KB증권,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미래에셋증권 등이 모여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한 사례와 전략을 공유했다. 행사는 기조연설과 세션, 기술 데모로 구성됐다.

PoC 피로감, 실사용으로의 전환 압력
노경훈 AWS코리아 금융산업·공공부문 리더는 지난 2~3년간 금융회사들이 AI PoC를 반복해온 흐름을 지적하며 “여러분들은 이렇게 2년, 3년 동안 고심하고 생각했던 AI를 얼마나 사용하고 계십니까?”라고 물었다. 검증 단계를 넘어 실제 프로덕션에 AI를 얼마나 붙였는지가 이제 금융권 AI 논의의 핵심 질문이 됐다는 뜻이다. 그는 “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신뢰할 수 없으면 프로덕션으로 갈 수 없다”고 말하며, 모델 성능보다 신뢰와 거버넌스가 실사용 전환의 관문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AWS는 이날 제약 없는 혁신, 신뢰할 수 있는 AI, 가치 극대화라는 세 축을 금융권 AI 전략의 기본 틀로 제시했다. Kiro, Amazon Quick, AWS 트랜스폼, 아마존 베드록, 아마존 베드록 에이전트코어, AWS 시큐리티 에이전트 등이 이 전략을 뒷받침하는 기술 요소로 소개됐다. 클로드 소네트 3.5를 비롯한 모델 활용 사례와 함께, 데이터를 AI가 쓸 수 있는 형태로 준비하는 AI-Ready Data와 에이전트 운영을 관리하는 Agentic AI Ops 개념도 함께 다뤄졌다.
규제 완화의 조건, 보안이 먼저다
망분리 규제 완화를 둘러싼 해석도 이날 논의의 한 갈래였다. 노 리더는 “망분리를 유예한다는 것은 마음대로 해보라는 의미가 아니라, 망분리가 없는 환경에서도 AI를 어떻게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 보여달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가 자유를 준 것이 아니라 안전한 운영 체계를 요구하는 새로운 과제로 다가왔다는 뜻이다. 실제로 데이터·거버넌스·보안 문제는 모델 선택보다 더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 여러 발표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해석 가능성, 금융 AI의 또 다른 조건
앤트로픽코리아는 금융 AI에 필요한 조건으로 해석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기영 대표는 “금융에서는 정확성과 일관성뿐 아니라 왜 그렇게 답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해석 가능성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알리안츠가 전 세계 약 15만명의 직원에게 AI 활용 권한을 제공하고 AIG 등 글로벌 보험사들이 AI를 도입하는 흐름 속에서, 답을 내는 것을 넘어 답의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금융권 AI 채택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또한 “이번 주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 리전에서 최신 모델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 리전 최신 모델 제공이 임박했다는 발언은 국내 금융사들의 모델 접근성이 곧 확대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국내 금융사들의 적용 방식
현대캐피탈은 핵심 비즈니스 의사결정 영역부터 AI를 적용해왔으며, 경영진이 참여하는 탑다운 전략과 함께 임직원이 참여하는 바텀업 프로그램 ‘ㅎㅋ톤’을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런 접근으로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세 차례 수상한 이력도 있다. 신한카드, KB국민은행·KB증권, 미래에셋증권 등도 각자의 구체적인 AI 적용 사례를 이날 무대에서 공유했다.
PoC 단계에 머물던 금융 AI가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 들어가려면 모델 성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이날 여러 발표를 관통했다. 신뢰, 보안, 해석 가능성, 데이터 거버넌스라는 조건들이 갖춰져야 비로소 AI가 프로덕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포럼이 남긴 공통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