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광고 제작 문턱을 낮추면서 광고업계의 차별화 기준이 바뀌고 있다. 누구나 이미지와 영상을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되자 단순 생성 기술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담보하지 못하게 됐고, 업계의 관심은 ‘무엇을 만드는가’에서 ‘누구에게 언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흐름은 2026년 8월 부산에서 열린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에서도 확인됐다. 제일기획, WPP미디어, 덴츠, 오길비, 넷플릭스 등이 참여한 이 행사에서 CJ ENM 계열 디지털 광고대행사 DXE는 ‘상황 반응형 크리에이티브’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데이터와 AI 기술,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를 하나로 결합해 광고가 노출되는 상황에 따라 소재를 자동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맥락 데이터가 소재를 결정하는 구조
이 방식의 핵심은 촬영 이후에도 영상 속 제품을 삽입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VPPL(Virtual Product Placement) 기술이다. 하나의 원본 영상만으로도 다양한 캠페인을 운영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옥외광고(DOOH) 영역에서는 기온과 시간대, 유동인구, 교통량 같은 실시간 데이터가 광고 소재 선택을 좌우한다. 예를 들어 기온이 28도 이상인 낮 시간대에 여성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 감지되면 젤리슈즈 광고가 자동으로 선택되는 식이다.

실제 매체에 적용된 맥락형 콘텐츠
DXE는 이 전략을 실제 옥외매체에 적용해 실증하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 그랜드 조선 부산 호텔 외벽 대형 전광판에 3D 아나몰픽 콘텐츠를 송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데이터 기반 맥락 설계가 실험실 개념을 넘어 실제 미디어 환경에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유겸 DXE 크리에이티브팀 팀장은 “소비자의 순간을 중심에 두고 데이터·기술·미디어·크리에이티브를 하나로 엮는 것이 AI 시대의 본질”이라며 “크리에이티브와 미디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맥락 중심의 새로운 광고 패러다임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생성형 AI로 콘텐츠 제작 자체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지금, 광고업계의 승부처는 결국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맥락을 얼마나 정교하게 읽어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상황 반응형 크리에이티브는 이런 변화를 상징하는 사례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