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인구 구조를 넘어 주거·헬스케어 산업 전반의 재편을 요구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시니어 인구는 늘어나고 소득 수준도 높아지고 있지만, 이들을 받아낼 주거·돌봄 상품은 여전히 고가 시설과 일반 돌봄 서비스 사이 '중간 가격대'에서 텅 비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는 2026년 ‘2026 시니어 주거 리포트: 국민 3명 중 1명이 시니어, 한국은 준비되었나’를 발간하고 이같은 시장 공백을 짚었다.
의향은 있지만 선택은 못 한다
토지주택연구원이 실시한 은퇴자 대상 조사에서 시니어주택 입주 의향은 64%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입주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는 응답자의 68%가 가격·비용 부담을 꼽았다. 주택 선택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항목에서도 가격·비용 부담이 60%로 가장 높았고, 의료·돌봄 연계 서비스가 51%로 뒤를 이었다. 의향과 실제 선택 사이의 이 간극이 시니어 주거 시장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공급률로 드러난 격차
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보면 격차는 더 뚜렷하다. 국내 시니어 주거시설 공급률은 0.11%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5.58%, 영국은 4.42%, 일본은 2.12%에 달한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공급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뜻이다. 인구 구조 변화 속도를 감안하면 이 격차는 앞으로 더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늘어나는 시니어, 늘어나는 소득
국내 60세 이상 인구는 2026년 기준 약 1,51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9%를 차지하고, 2050년에는 2,218만명으로 전체의 47%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 구조도 함께 바뀌고 있다. 60세 이상 가구주 중 연소득 1억원 이상 비중은 2017년 21%에서 2025년 37%로 16%포인트 상승했다. 인구와 구매력이 동시에 커지는 흐름이 시니어 주거·헬스케어 서비스 수요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간 가격대를 메울 대안 모델
리포트는 고가 시니어주택과 일반 돌봄 서비스 사이의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데이케어센터를 제시한다. 기존 주거지에 거주하면서 이용할 수 있어 이주 부담 없이 돌봄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모델이다. 동시에 부동산 소유와 서비스 운영을 분리하는 운영사업자-리츠 결합 구조도 제안됐다. 부동산 소유는 리츠가, 서비스 운영은 전문 운영사가 맡는 방식으로 초기 자본 부담을 낮추면서 서비스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태진 알스퀘어 리서치연구원은 “시니어주택 입주 의향은 높지만 실제 선택에서는 가격 부담이 가장 큰 제약으로 나타나고 동시에 의료·돌봄 연계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시니어 주거시장은 주거·헬스케어·돌봄·커뮤니티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설계·지원 중심의 산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결국 관건은 가격이다. 입주 의향은 이미 존재하지만 그것을 실제 계약으로 전환시킬 중간 가격대 상품이 마련되지 않으면 국내 시니어 주거 시장의 성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데이케어센터와 운영사-리츠 결합 모델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가 앞으로 시장의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