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구조가 3차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가는 동안 교육 방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대안교육 현장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답이 정해진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능력을 기르던 3차 산업혁명형 교육으로는, AI와 빅데이터가 산업구조 자체를 바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위치한 기독교 혁신 IT 대안학교 웨이메이커스쿨(WMS)은 이 문제의식을 학교라는 형태로 구체화한 사례다.
웨이메이커스쿨은 2021년 송영광 대표가 설립했다. 그는 삼성전자 등 기업에서 14년간 엔지니어로 근무한 뒤 코딩교육 브랜드 디랩(D.LAB)을 운영했고, 이후 학교 설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송 대표는 “일주일에 두 시간씩 만나는 것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이런 환경에서 생활하고 경험하려면 결국 학교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정답 찾기에서 문제 발견으로—교육모델 전환의 흐름
웨이메이커스쿨의 교육모델은 교과와 프로젝트를 절반씩 병행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팀을 꾸려 해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순서로 수업이 진행된다는 점이 기존 교실 수업과 다르다. 지식을 먼저 가르친 뒤 문제를 풀게 하는 순서가 아니라, 문제를 먼저 만나고 지식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나중에 습득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투입되는 단계는 역설적으로 ‘문제를 찾는 일’이다. 방학 무렵부터 1~2개월간 문제 발견에 집중하는 기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송 대표는 “방학 무렵부터 1~2개월 동안 문제를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을 씁니다. 답이 정해진 문제를 푸는 것보다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를 발견하는 게 훨씬 어렵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부의 목적에 대해서도 “공부의 목적이 시험 점수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공부를 통해 사람과 사회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가가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교사에서 코치로—역할 전환에 걸린 시간
이 교육모델이 성립하려면 교사의 역할부터 재정의돼야 한다는 것이 웨이메이커스쿨의 문제의식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의 시행착오를 기다리며 함께 고민하는 ‘코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웨이메이커스쿨에서는 학생을 ‘팀프레너(Teampreneur)’라고 부르는데, 이는 팀을 이뤄 문제를 해결하는 학생의 정체성을 학교 차원에서 규정한 호칭이다.
다만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코치를 채용하는 기준을 정립하는 데는 약 3년이 걸렸다. 송 대표는 그 이유를 “교육이라는 가치를 갖고 아이를 따뜻하게 품을 수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비즈니스적으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감각도 있어야 합니다. 두 가지를 함께 갖춘 분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교육적 소양과 실행·성과 감각을 동시에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이 교육모델의 병목 지점이었다는 뜻이다.

프로젝트가 성과로 이어지는 흐름
이렇게 설계된 프로젝트 교육은 실제 성과로 연결되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 창업경진대회에는 약 600개 팀이 참여했는데, 웨이메이커스쿨 학생팀이 1위, 2위, 3위를 모두 차지했다. 이 가운데 ‘양송이’ 팀은 AI 음성인식을 활용한 노인 친화형 키오스크를 개발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학생들이 진행한 프로젝트 중에는 OCR 기술을 활용한 주차 위치 안내 시스템처럼 특허 출원으로 이어진 사례도 나왔다.
학생들의 진로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 웨이메이커스쿨 졸업생들은 미네르바 대학교, 버지니아공대, 토론토대학교, 워털루대학교, UC 데이비스 등으로 진학했다. 교실에서 배운 지식을 시험으로 확인받는 대신, 프로젝트 경험 자체가 경진대회 수상과 특허, 해외 대학 진학이라는 실제 진로로 이어진 셈이다.

교육과정과 입시 사이의 엇박자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송 대표는 교육체제 전반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한다. 2022 개정교육과정이 지향하는 방향과 실제 대학입시가 요구하는 평가 방식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체제는 이쪽으로 가라고 하는데 입시는 다른 방향에 있습니다. 미래 역량에 맞춰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가는 데 불리할 수 있고, 좋은 대학에 맞춰 공부하면 미래 역량을 충분히 기르기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문제의식은 평가 방식 자체의 전환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송 대표는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가 달라지고 있다면, 그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뿐 아니라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도 함께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커리큘럼만 바꾼다고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측정하는 잣대까지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래 교육의 형태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대학에 내던 교육비를 기업에 내고 실제 기업 경험을 사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라며 학습과 실무 경험의 경계가 흐려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학생 프로젝트에서 청소년 창업 생태계로
웨이메이커스쿨은 개별 프로젝트 단위의 성과를 넘어, 이를 청소년 스타트업 트랙인 ‘영스타트업(Young Startup)’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이 만든 프로젝트를 일회성 과제로 끝내지 않고, 졸업생과 기업이 후배를 지원하는 ‘창업가 경제공동체’ 형태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송 대표는 이 구상의 지향점을 “교육의 질을 낮춰 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만들어낸 가치가 다시 교육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구상의 밑바탕에는 기술 교육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송 대표는 “코딩을 배우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을 때 필요한 기술을 찾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기술은 문제 해결의 도구일 뿐이며, 학생이 발견한 진짜 문제가 학습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관점이다.

입학 과정에도 담긴 문제 발견 중심 철학
이런 철학은 입학 절차에도 반영돼 있다. 입학 희망자는 5일간 진행되는 체험 과정을 거친다. 체험 신청과 기간 확정을 거쳐 실제 학교생활을 경험한 뒤, 코치진의 회의를 통해 결과를 안내받는 절차다. 시험 성적으로 학생을 선별하는 대신, 며칠간의 실제 생활을 통해 학생과 학교가 서로 맞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교과 지식보다 학생의 태도와 적응력을 우선하는 웨이메이커스쿨의 교육철학이 입학 단계부터 드러난다.

AI가 정답을 대신 찾아주는 시대에, 학교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웨이메이커스쿨 한 곳만의 고민이 아니다. 교육과정과 입시 제도, 평가 방식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상황에서 문제 발견과 팀 기반 실행 능력을 학교 단위로 구현한 사례가 실제 대회 수상과 진학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은, 정답 찾기 중심 교육의 대안을 모색하는 흐름에 하나의 참고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