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자의 질문이 바뀌고 있다.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보다 그 기술을 누가 사고, 어떻게 매출로 연결되는지를 먼저 묻는다. 2026년 9월 14일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열린 ‘2026 라플라스×ETRI 딥테크 투자포럼’에서 나노솔루션, 메이아이, 호그린에어, 애슬리테크, 세뮤나이트, 히츠 등 6개 딥테크 기업이 투자자 앞에서 IR을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한 것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라플라스파트너스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공동 주최한 이 포럼에서 강현서 ETRI 본부장은 “에트리가 포럼 참여기업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기술이전 이후에도 사업화까지 지속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고, 한인수 라플라스파트너스 대표는 “IR은 시작일 뿐, 진짜 성과는 그 이후의 연결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소재·하드웨어: 조합과 비행시간의 문제
탄소나노튜브(CNT) 응용소재 기업 나노솔루션은 지난 7월 코넥스 상장을 마쳤고 2028년 하반기 코스닥 이전상장을 준비 중이다. 김형열 나노솔루션 대표는 “이것들을 조합하면 정말 수만 가지, 수십만 가지 조합이 나온다”며 “나노솔루션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이런 조합을 만드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소재 기업의 경쟁력이 단일 물성이 아니라 고객 맞춤형 조합 능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수소드론 개발기업 호그린에어는 지난해 이 포럼에 참여한 뒤 실제 투자로 이어진 사례다. 홍성호 호그린에어 대표는 2017년 독일에서 원격제어 드론을 15~20분 비행시킨 경험에서 “비행시간을 길게 할 수 있다면 드론의 성능을 더 높일 수 있겠다”는 발상을 얻었다고 밝혔다. 당시 독일과 한국 약 9300km 거리의 원격제어를 시도했던 회사는 이후 “수소가 들어오면 전기가 나오는 발전 기술”을 기반으로 기체수소 약 2시간, 액체수소 최대 14시간 비행이 가능한 드론을 개발했다. 홍 대표는 “20~30분 비행해서는 정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GOP 철책 감시 드론으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지식재산권 40여 건을 확보했고, 기업가치 200억원 기준 시리즈A 50억원을 투자유치했다.
AI 서비스: 성능이 아니라 활용처
비전AI 기업 메이아이는 CCTV의 용도 자체를 재정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찬규 메이아이 대표는 “CCTV를 사건 발생 이후 영상을 확인하는 기록 장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오프라인 공간에서 고객 행동을 읽어내는 데이터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사업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감시 장비에서 데이터 수집 수단으로 용도를 전환한 셈이다.

엣지AI 반도체 기업 세뮤나이트는 데이터센터와 다른 환경에 주목했다. 김상엽 세뮤나이트 대표는 “데이터센터와 달리 엣지단에서는 AI 모델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며 “AI 반도체를 단순히 성능만 좋게 만드는 것으로는 가전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목표는 반복 판매 가능한 AI SoC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성능 경쟁이 아니라 반복 판매가 가능한 제품 구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는 뜻이다.
스포츠와 신약, 데이터의 다른 쓰임
스포츠 부상 위험 관리 AI 기업 애슬리테크는 데이터가 최종 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상협 애슬리테크 대표는 “선수들은 갑자기 아픈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누적된 통증이 있다”며 “결정은 감독과 지도자가 하겠지만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줘야 훈련이나 경기를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 판단의 주체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AI 신약개발·자율랩 기업 히츠는 신약개발이라는 출발점을 넘어 적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용훈 히츠 본부장은 “출발은 신약개발이 맞지만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고 원하는 물성을 찾는 기술은 치료제뿐 아니라 식품의 맛과 감미료, 비료·사료, 농약, 기능성 화장품 등 다양한 연구개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한 회사들이 화학과 생물학 도메인에서 우리 제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히츠는 183억원을 투자유치했으며, 이후 기업가치는 783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날 현장에는 더웨이브캐피탈, 한화투자증권, 캡스톤파트너스, 케이그라운드, 서울투자파트너스 등 투자기관이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 내내 기술 성능보다 실제 구매자와 활용 방식에 질문을 집중시켰다. CNT 소재부터 수소드론, 비전AI, 엣지AI반도체, 스포츠AI, AI신약개발까지 분야는 제각각이었지만, 발표와 질의응답을 관통한 화두는 결국 하나였다. 기술을 만든 다음 그것을 누구에게, 어떻게 반복해서 팔 것인가라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