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AI 도입은 1년 사이 빠르게 확산됐지만, 도입을 넘어 전사적 확장으로 이어지는 조직은 아직 소수에 머물러 있다. AWS와 리서치 기관 스트랜드 파트너스가 국내 기업 리더 1,000명과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의 AI 잠재력 실현 2026'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AI 활용률은 58%로 1년 전 48%에서 10%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영국 시장조사협회 및 유럽마케팅여론조사협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됐으며, 지난 1년간 AI를 새로 도입한 기업은 약 62만4,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은 확산되고, 성과도 뒤따른다
AI를 활용 중인 기업의 81%는 생산성 향상을 체감했다고 답했고, 이를 통해 절약한 시간은 주당 평균 14시간이었다. 매출 증가를 경험한 기업은 약 10곳 중 6곳에 이르렀으며, 향후 12개월 내 AI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한 기업은 84%에 달했다. 활용 단계별로 보면 기초 단계에 머문 기업 비율은 70%에서 54%로 줄었고, 고도화 단계로 넘어간 기업 비율은 11%에서 26%로 늘어 전반적인 성숙도가 높아지는 흐름이 확인됐다.
다만 이 흐름은 업종과 규모에 따라 크게 갈렸다. 고도화 단계 진입 비율은 ICT 업종이 41%로 가장 높았고, 제조업과 스타트업이 각각 35%로 뒤를 이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25%, 대기업은 9%에 그쳐 조직 규모가 클수록 오히려 고도화가 더딘 역설적인 양상이 나타났다.
전략과 측정 체계는 아직 걸음마 단계
AI를 최상위 또는 주요 전략 과제로 꼽은 조직은 67%에 달했지만, 공식적인 AI 전략을 문서화해 갖춘 기업은 27%에 불과했다. AI 투자수익률을 측정할 방법이 없다고 답한 기업은 47%, 성공 여부를 판단할 일관된 기준을 갖췄다고 답한 기업은 24%에 그쳤다. 도입 열기와 실제 운영 체계 사이의 간극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기업들은 확장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숙련된 AI 인재 확보(48%), 데이터 거버넌스와 보안(44%), 신뢰할 수 있는 클라우드·디지털 인프라(39%)를 꼽았다. 인력 역량에 대한 자체 평가는 낮은 편으로, 자사 인력의 디지털 역량이 우수하다고 평가한 기업은 22%에 불과했다. 향후 3년간 AI 역량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는 78%가 동의했고, 지속적인 교육과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76%에 달했다.
다음 물결, 피지컬 AI와 인프라·규제 준비
피지컬 AI는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준비 수준은 아직 낮다. 피지컬 AI를 전면 도입했다고 답한 기업은 6%에 그쳤고, 시범 적용 중인 기업은 22%, 도입을 계획 중인 기업은 39%였다. 차세대 AI 도입을 위한 준비가 충분하거나 매우 잘 되어 있다고 답한 기업은 24%였는데, 스타트업만 놓고 보면 이 비율이 43%로 크게 높아졌다.
AI·디지털 역량 부족을 도입 장애물로 꼽은 응답은 46%, 기술·데이터 장벽을 꼽은 응답은 38%였다. 인프라와 제도 측면에서도 준비 격차가 확인됐는데, 안정적 전력 공급이 중요하다고 답한 기업은 74%, 공공-민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답한 기업은 48%였다. AI 기본법을 인지하고 있는 기업은 64%였지만, 규제 준수 준비가 완료됐다고 답한 기업은 22%에 그쳤다.
기술 선택권에 대한 수요도 뚜렷했다. 국내외 AI 도구를 병행 사용하는 기업은 46%였고, 업체를 선택하거나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평가한 응답은 84%에 달했다. 해외 진출 시 글로벌 기술기업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한 기업은 72%였다.
함기호 AWS 코리아 대표는 “한국 기업은 이미 AI를 통해 생산성과 성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제 관건은 AI를 도입할지 여부보다 비즈니스 전반으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에 있다. 데이터와 역량, 거버넌스, 기술 기반을 갖춘 조직이 성공 사례를 지속적인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가 그려낸 흐름은 명확하다. AI 도입 자체는 이미 한국 기업 전반에 빠르게 퍼졌지만, 전략·인재·데이터·인프라·규제 대응이라는 다섯 갈래의 준비가 갈수록 도입 확산과의 간극을 벌리고 있다. 도입률 경쟁에서 확장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지금, 이 격차를 먼저 좁히는 조직군이 다음 국면의 우위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