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던 사용자들이 챗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같은 AI에게 자연어로 질문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는 브랜드가 노출되는 지면 자체를 바꿔놓았다. AI가 답변을 만들 때 어떤 브랜드도 인용하지 않으면, 그 브랜드는 사용자 눈앞에서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아진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AI가 인용하는 콘텐츠를 분석·제작·배포·재측정하는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GEO 전문 기업 애니모프는 이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송준혁 대표와 공동창업자 해럴드 김이 2025년 미국 법인을 설립하며 시작했고, 올해 한국 법인을 세워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창업 3개월 만에 미국의 한 프리 유니콘 고객사로부터 약 200억원 규모 인수 제안을 받았고, VC 크루캐피탈로부터 약 10억원을 투자받았다. 현재 국내 톱5 뷰티 기업 중 세 곳을 포함해 20여 개 고객사를 운영하며, 올해 연간 반복 매출(ARR) 10억원 돌파를 전망하고 있다.
키워드에서 질문으로, 도메인 권위에서 다출처 인용으로
SEO와 GEO의 근본적인 차이는 질문의 형태와 브랜드가 쌓아야 할 자산이 다르다는 점에 있다. SEO 시대에는 짧은 키워드를 얼마나 상위에 노출시키느냐가 관건이었고, 도메인 권위를 쌓는 것이 핵심 전략이었다. 반면 GEO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자연어로 길게 질문하고, AI는 그 답변을 만들기 위해 여러 출처에서 다출처 인용을 조합한다. 한 곳의 도메인 권위보다 여러 채널에서 얼마나 자주, 얼마나 신뢰할 만하게 인용되는지가 중요해진 것이다.
송 대표는 “AI는 제품을 만드는 일은 대단히 잘합니다. 반면 만들어진 제품을 알리고 팔리게 만드는 유통(distribution) 영역에서는 AI가 아직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어요. 사용자가 정보를 접하고 구매를 결정하는 지면이 이제 AI가 됐습니다. AI가 어떻게 답변을 만드는지 로직을 분석해보니, 자동화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상당히 넓었어요.”라고 말했다.
답변 생성 과정을 단계별로 기록하는 인프라 경쟁
GEO를 사업으로 다루려면 단순히 AI에 프롬프트를 넣어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인프라가 필요하다. 애니모프는 지난 7일 브라우저 자동화 기반 자체 스크래핑 엔진 ‘쿼링에이아이’를 공개했다. 챗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구글 AI 오버뷰, 네이버 AI 브리핑 등 10여 개 엔진에 국가·언어별 IP를 바꿔가며 동일한 프롬프트를 입력해 답변 생성 과정을 단계별로 수집하는 방식이다. 쿼링에이아이는 한 번에 최대 500건의 요청을 처리할 수 있으며, 관련 에이전트는 깃허브에 공개돼 오픈소스 스타 5,000개를 기록하고 있다.
송 대표는 “프롬프트 하나가 엔진 수만큼, 국가·언어 수만큼 곱해져 매일 쌓입니다. 고객사 한 곳이 관리하는 프롬프트가 수백 개라면, 하루에 나오는 답변만 수천에서 수만 건에 달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AI는 사용자의 질문 하나를 여러 개의 하위 검색어로 쪼개는데, 이를 쿼리 팬아웃(query fanout)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이 단계부터 기록해요. 쪼갠 검색어를 어느 엔진에 넣었는지, 받아온 결과 가운데 실제로 어떤 페이지를 열어봤는지, 최종적으로 어떤 출처의 어떤 문단을 인용해 문장을 만들었는지가 시간 순서대로 쌓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단계별 기록이 있어야 브랜드가 왜 인용되지 않았는지 원인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GEO를 직접 하려는 기업이 있는데, 매일 수백 개 프롬프트를 AI 엔진별로 여러 국가·언어 조건으로 돌리려면 브라우저 자동화와 지역별 IP 관리가 필요하고, 답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기록하려면 검색어와 열람 페이지를 추적하는 장치도 따로 있어야 해요. 궁금해서 프롬프트 몇 개 넣어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라고 말했다.

업종마다 다른 인용 로직, 오프사이트와 온사이트를 모두 관리해야
GEO의 효과는 업종별로 크게 갈린다. SaaS 분야에서는 자사 블로그와 제품 설명 페이지 같은 퍼스트파티 콘텐츠의 인용 비중이 약 40%에 이르지만, 뷰티 분야에서는 그 비중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송 대표는 “산업별로 로직이 전혀 다릅니다. SaaS 분야는 자사 블로그와 제품 설명 페이지, 즉 퍼스트파티의 인용 비중이 40% 가까이 되지만, 뷰티는 5%에도 미치지 못해요. 커머스에서는 SNS와 커뮤니티에 어떻게 언급되는지가 결정적입니다. 그렇게 되면, 같은 예산을 자사 페이지에 쓸지 외부 채널에 쓸지가 업종에 따라 달라지게 되죠. 고객사마다 타깃해야 할 프롬프트와 실행 우선순위가 달라집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오프사이트(AI에 발견되는 단계)와 온사이트(사용자가 실제로 선택하는 단계)를 모두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오프사이트 대응에 대해 “채널에 가이드를 주는 방식이에요. 영상의 제목과 캡션, 자막까지 AI가 읽는다는 점을 감안해 대본과 제목을 정하고, 보도자료에도 어떤 요소가 들어가야 인용률이 높아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PR을 할 때 채널의 성격과 권위가 해당 분야에 맞아야 하고, 구체적인 수치와 통계처럼 신뢰할 만한 근거가 담겨야 인용이 잘 됩니다.”라고 말했다.
언급률을 넘어 유입과 전환까지 재는 지표
GEO 성과 측정은 AI가 브랜드를 얼마나 언급하는지 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유입과 전환까지 이어지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흐름이다. 애니모프가 서비스한 연매출 5,000억원대 뷰티 고객사의 경우 AI 유입 방문자 수가 3개월 만에 2.5배 증가했고, 구글 AI 노출도는 3개월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구글 유입 중 AI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0%에서 40%로 뛰었고, 월 노출 수는 약 2만5,000회에 달했다. 이 고객사의 AI 인용 참조 페이지 중 50~70%는 애니모프가 제작·배포한 페이지였다.
또 다른 대형 고객사에서는 3개월 만에 AI 검색 노출도가 110% 증가했고, 전체 검색 중 AI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서 32%로 약 3배 늘었다. 레퍼럴 트래픽은 120% 증가했으며, 인용 페이지 비중은 82%, 3개월 누적 노출은 220만 회를 기록했다. 커머스 영역에서는 AI가 루트 도메인 대신 상품 상세 페이지로 직접 링크할 때 전환율이 약 2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니모프의 서비스 요금은 단일 브랜드·단일 언어권 대상 베이직 플랜이 월 200만원대, 멀티 브랜드·다국가 대상 엔터프라이즈 플랜이 월 500만원 이상이다.
송준혁 대표는 서울대 재학 중 에듀테크 솔루션 딥솔을 공동창업하고 AI 네이티브 외주 개발사 볼트랩을 운영한 경험을 거쳐 애니모프를 세웠다. 그는 GEO 시장의 확산 속도에 대해 “2~3년 뒤에는 모두가 GEO를 하게 될 겁니다. 그때는 발행하고 성과를 보고 전략을 수정해 다시 발행하는 루프를 가장 많이 하는 기업이 이길 겁니다”라고 말했다.
애니모프가 그리는 방향도 이런 시장 확산과 맞물려 있다. 송 대표는 “애니모프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개인별 퍼스널 에이전트와 에이전트 커머스가 확산되면서 늘어날 온갖 에이전트의 작동 기제를 분석해 의미 있는 인사이트로 바꾸는 회사가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이 인하우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모든 오가닉 마케팅 채널을 대신 관리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검색에서 질문으로 사용자 행동이 옮겨가는 흐름이 이어지는 한, 분석-제작-배포-재측정의 루프를 얼마나 정교하게 돌리느냐가 다음 시장 경쟁의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