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지난 10년간 규제와의 충돌 속에서 몸집을 키워온 ‘연대의 시대’를 지나, 자본과 인재가 순환하는 ‘성장의 시대’로 옮겨가는 변곡점에 섰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2026년 9월 9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 S6에서 출범 10주년 기념 미디어데이 ‘넥스트 챕터’를 열고, 지난 10년의 성과와 다음 10년의 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지영 코스포 대표와 김재원 현 의장, 김봉진 초대 의장, 박재욱 3대 의장, 한상우 4대 의장이 참석해 특별대담과 기자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50개사에서 3,000개사로, 연대가 만든 규모
코스포는 2016년 50여 개 스타트업의 연대체로 출발해 2018년 사단법인으로 정식 출범했다. 회원사는 2019년 1,000개사, 2022년 2,000개사를 넘어섰고 현재는 약 3,000여 개 스타트업·혁신기업이 소속돼 있다. 이 기간 회원사들이 창출한 일자리는 약 5만 6,000개,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29조 원에 이른다.
이 같은 외형 성장의 배경에는 콜버스와 타다 등 스타트업 서비스가 겪은 규제 충돌 경험이 자리한다.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 산업·법 체계와 부딪히며 좌초하거나 위축되는 사례가 반복되자, 개별 기업이 아닌 업계 전체가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코스포 설립과 성장의 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역대 의장들은 특별대담에서 이 시기를 돌아보며 규제혁신과 창업가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짚었다.

다음 10년의 다섯 갈래: 시장·혁신·확산·성장·유산
코스포는 다음 10년의 방향으로 시장·혁신·확산·성장·유산이라는 다섯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시장 측면에서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의 전환과 함께, 정부와 공공이 스타트업 서비스의 ‘첫 번째 고객’이 되어야 한다는 역할론이 강조됐다. 규제를 걷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초기 시장 자체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확산과 성장 측면에서는 컴업 등 코스포의 해외 연결망을 통한 글로벌 진출, 그리고 초기 투자부터 성장 투자, 상장과 M&A를 통한 자본 회수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다음 단계의 과제로 제시됐다. AI 시대에는 창업 자체의 문턱이 낮아진 만큼, 그만큼 글로벌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창업이 쉬워질수록 살아남는 경쟁의 강도는 오히려 높아진다는 것이다.

인재 유인책과 ‘페이잇포워드’ 문화
인재 확보와 관련해서는 스톡옵션과 RSU 같은 유인책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관련 법·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창업 초기 인재를 붙잡아둘 보상 체계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 속에서 인재 유출을 막기 어렵다는 취지다.
‘유산’ 전략의 핵심 개념으로는 페이잇포워드(Pay It Forward)가 제시됐다. 먼저 성장한 선배 창업가가 자본과 경험을 후배 창업가에게 환원하는 문화를 확산시키자는 것으로, 코스포는 이를 다음 10년을 관통할 생태계 유산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증명의 10년을 넘어서 성장의 10년으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다음 장을 여러분과 함께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0년이 개별 스타트업의 생존과 연대의 증명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다음 10년의 화두는 자본과 인재, 경험이 생태계 안에서 어떻게 순환하느냐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규제와의 싸움에서 시작된 코스포의 서사가 시장 조성자이자 순환 구조 설계자로서의 역할로 확장될지, 앞으로의 흐름이 이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