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의 중심축이 모델과 컴퓨팅 자원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겨루는 단계에서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는지를 겨루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2026년 9월 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6 제3차 글로벌 디지털 포럼’에서는 이 흐름을 반영한 국가전략 제안이 나왔다. 정보세계정치학회와 서울대학교 미래전연구센터가 공동 주최한 이 자리에서 에이전틱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의 김동환 대표가 ‘포스트 소버린 AI’라는 이름의 전략적 틀을 발표했다.
포스트 소버린 AI는 정부가 확정한 정책이 아니라 포티투마루가 제안한 전략이다. 김 대표는 국가가 AI 기술과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더라도 그것이 기업의 생산성과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경제적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기술 혁신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국가의 성장잠재력, 안보와 사회 시스템을 재편하는 범용기술”이라며 “국가 AI 정책의 역할을 AI 산업 육성에서 자생적인 민간 AX 생태계를 설계하고 지원하는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확보에서 성과까지, 3단계로 짠 전략

제안된 전략은 Sovereignty(확보), Transformation(산업 내재화), Competitiveness(성과 창출) 3단계로 짜였다. 여기에 5대 정책 과제가 뒤따른다. 먼저 AI 인프라 정책의 초점을 ‘보유량’에서 ‘접근성’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국가가 컴퓨팅 자원과 모델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보다, 기업과 산업 현장이 그 자원에 얼마나 쉽게 접근해 활용할 수 있느냐가 성과를 가른다는 판단에서다.
나머지 과제로는 AX(AI 전환) 투자 지원 확대, 산업별 AX 정책과 국가성장전략의 연계, 위험기반의 혁신친화적 규제체계 마련, AI 활용자 중심으로 인재정책을 확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김 대표는 정책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도 바뀌어야 한다고 짚었다. 그동안 AI 정책의 성과를 인프라나 모델 수 같은 공급지표로 측정해왔다면, 앞으로는 기업의 활용률과 전환율, 생산성, 수출 실적 같은 성과지표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도입률 31%가 가리키는 지점
이 같은 전환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중소기업의 낮은 AI 도입 현황이 제시됐다. OECD의 2025년 한국 AI 노동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종업원 250명 미만 한국 중소기업의 AI 도입률은 31%에 그친다. 반면 중소기업은 전체 고용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 격차는 국가 AI 전략이 대기업 중심의 공급 확대에서 그칠 경우 실제 경제 전반의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포티투마루는 기업용 검색증강생성 기술 RAG42, 인공지능 독해 기술 MRC42, 도메인 특화 경량언어모델 LLM42를 보유한 에이전틱 AI 스타트업이다. 이번 발표는 이러한 기술 기반 위에서 AI 확보 경쟁을 넘어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 성과로 경쟁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을 국가전략 차원의 제안으로 확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포럼에는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이사, 이원태 국민대학교 교수, 심승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백서인 한양대학교 교수,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최정주 코난테크놀로지 CTO, 김정근 HECTO그룹 전무 등이 함께해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AI 인프라를 얼마나 쌓았는지가 아니라 그 인프라에 누가 얼마나 접근해 성과를 내는지가 다음 국면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중소기업 도입률과 같은 활용 지표가 향후 국가 AI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척도로 자리 잡을지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