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의 무게중심이 방문객 숫자에서 머무는 시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스쳐 지나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오래 머물고 싶은 장소를 만드는 방식이 지역 상권과 로컬 브랜드에 새로운 기회로 주목받는 흐름이다. 제주 서쪽 판포포구에서 카페·숙박·사우나·로컬 리테일을 하나의 경험으로 엮은 하와(HAWA)는 이런 체류형 관광 모델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와를 운영하는 김민영 대표는 “판포포구에 도착해서 ‘여기다’ 싶은 생각이 드는 데 3초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하와는 카페와 숙박 시설인 묵다여관, 사우나, 지역 리테일을 각각 따로 두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여행자가 자연스럽게 더 오래 머물도록 설계했다.
방문객 수보다 체류 시간
기존 관광 산업이 방문객 수를 핵심 지표로 삼아왔다면, 하와는 체류 시간 자체를 성과의 척도로 본다. 김 대표는 “관광객이 어떤 지역에 아주 짧게 머물면 사진을 찍고 풍경을 본 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쉽죠. 시간이 조금만 길어지면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고, 동네를 걷고, 그곳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라고 설명한다. 짧은 방문이 반복되는 구조에서는 지역 상권에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기 어렵지만,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지역 안에서 소비와 교류가 발생한다는 논리다.

제주의 바람을 콘텐츠로
제주를 상징하는 바람은 관광업에서 흔히 불편함으로 취급됐지만, 하와는 이를 브랜드의 핵심 요소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바람이 너무 싫었어요. 예쁘게 준비해둔 것들이 갑자기 찾아온 바람 때문에 없어지거나 망가지는 걸 많이 봤거든요. 그런데 지내다 보니 오히려 그게 가장 제주다운 것이고 우리 동네의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람이 불면 하와가 생각나는 곳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하와는 바람빵, 바람개비, 사우나 후 바람을 맞는 체험 등을 통해 제주 바람을 관광객이 직접 경험하는 콘텐츠로 만들었다.

낮에서 밤으로, 확장되는 로컬 콘텐츠
하와의 실험은 낮 시간대 경험을 넘어 밤 시간대로 확장되는 중이다. 김 대표가 4년째 준비해 온 콘텐츠 ‘루아’는 제주의 로컬 서사를 기반으로 한 롤플레잉 추리 콘텐츠로, 관광객이 낮에는 카페와 바다, 사우나를 즐기고 밤에는 지역 이야기를 소재로 한 콘텐츠에 참여하도록 시간대별 경험을 이어가는 구상이다. 이는 하와가 지향하는 하루 전체를 채우는 체류형 관광의 연장선에 있다.

스케일업의 방향, 매장 확대가 아닌 경험 구조
김 대표는 “하와가 제주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잠깐 들르는 곳이 아니라 머물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커피를 마시고 바다를 보고, 사우나를 하고 숙박을 하고, 지역 브랜드를 만나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면 합니다”라고 말한다. 하와가 그리는 성장 방향은 매장 수를 늘리는 확장이 아니라, 카페·숙박·사우나·리테일을 연결하는 경험의 구조 자체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이는 개별 매장 단위의 외형 성장보다 지역과 함께 짜인 경험 모델이 다른 지역에서도 재현 가능한지가 관건이 되는 접근이다.

김 대표는 “큰 것을 갑자기 만들려고 하기보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작은 경험을 진심 있게 쌓아갔으면 좋겠어요. 지역을 단순한 배경으로 보지 말고 함께 성장해야 할 파트너로 바라보면 더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와의 사례가 보여주듯 제주 관광에서 로컬 브랜드와 여행자의 접점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체류형 관광의 성패를 가르는 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