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AI의 평가 기준이 도입 여부에서 업무시간·비용 절감 같은 ROI로 옮겨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서울 코엑스에서 9월 30일 연 인더스트리 서밋 2026은 이 흐름을 사례와 수치로 풀어낸 자리였다. 전에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AI를 업무에 적용해 무엇이 달라졌는가가 전면에 나왔다.
행사는 금융·리테일·제조·헬스케어·교육 등 5개 산업을 중심으로 4개 트랙, 50여 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고객·파트너 사례는 30여 개가 소개됐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오성미 AI 워크포스 GTM 디렉터는 행사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고객들이 실제 AI를 현업에 어떻게 도입해 어떤 성과를 만들고 있는지, 먼저 도입한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베스트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라는 것이다.

지시하는 AI에서 실행하는 에이전트로
기업 AI 시장 전반에서 사람이 지시하던 단계에서, 목표를 주면 계획과 도구 선택, 실행까지 맡는 에이전트 단계로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 생성형 AI에서는 사람이 업무를 쪼갰다. 에이전트는 다음 단계까지 이어서 수행한다.
MS 측은 코파일럿이 업무의 앞뒤 단계를 하나의 흐름으로 잇고 있으며 오토파일럿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설명했다. 오토파일럿은 지속적인 사람 개입 없이 일정 업무 범위를 수행하는 개념이다. 오성미 디렉터는 이런 에이전트를 “사이버상에 있는 정말 살아있는 인턴”이라고 표현했다.
코파일럿 개러지는 ‘나만의 AI 정비소’를 콘셉트로 한 체험 공간이었고, 이곳에서 포스터 디자인 시안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AI 핸즈온 랩에서는 코파일럿과 AI 에이전트를 업무에 적용해 보는 체험이 진행됐다.

업무시간으로 증명하는 ROI 사례
LG전자는 사내 데이터·지식 활용 AI 에이전트 ‘찾다(CHATDA)’를 R&D 업무에 적용했다. 생성형 AI와 사내 데이터를 연결하면서 현업 담당자가 자연어로 직접 질문해 분석 결과를 얻는 구조로 바뀌었다. 적용 후 분석 작업 소요시간은 약 2주에서 45초로 줄었다. 찾다 3.0 구축에는 깃허브 코파일럿과 엠씨피가 활용됐다.
아모레퍼시픽은 70여 년간 쌓은 R&D 데이터를 AI 활용 자산으로 연결했다. 처방 분석 업무는 3명이 약 일주일 걸리던 일이 하루 수준으로 줄었다.
한화오션은 총무 확인·문의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만 3000시간의 업무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김은지 한화오션 책임은 “AI 확산의 최종 목적은 AI 사용률 자체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AI를 통해 실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지컬 AI 시연과 해외 사례
음성·비전·경로계획·물리 기기를 연결한 피지컬 AI 드론 시연도 이뤄졌다. 가로·세로 약 1.2m의 미로에서는 사람이 명령을 하나씩 내리는 자동차 로봇과 AI가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로봇이 대결했고, AI가 먼저 도착점에 들어섰다.
노르웨이 화학기업 야라(Yara)는 Azure 기반 디지털 트윈 사례로 소개됐다. MS 설명에 따르면 특정 엔지니어링 업무 효율이 최대 50% 향상됐고, 공장 가동 중단 이후 복구 속도는 최대 70% 개선됐다.

자율성과 거버넌스, 스타트업의 자리
MS 측은 AI 자율성이 커질수록 권한 통제와 인간 개입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MS 측은 “처음부터 AI에 모든 권한을 부여하기보다 최소 권한부터 단계적으로 부여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이 즉시 중단·복구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이전트 시대 스타트업의 기회는 산업 전문성, 데이터, 시스템 연동, 피지컬 AI 영역에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 AI 시장의 승부처는 실제 산업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로 연결하는 AI라는 평가도 함께 제기된다.
이번 행사는 9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종료됐다. 이 기사는 벤처스퀘어와 KAIA가 함께 운영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을 통해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