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소비자의 제품 탐색 경로로 자리잡으면서, 뷰티 시장의 경쟁 무대가 검색결과 화면에서 챗봇 답변창으로 옮겨가고 있다. 에이아이빅스랩은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클로드 4종의 한국어 답변에서 뷰티 브랜드가 언급·추천되는 양상을 분석해 ‘AIBIX(AI 브랜드 경쟁력지수)’를 산출했다. 분석은 2026년 8월 23일부터 9월 4일까지 진행됐으며, 뷰티 9개 카테고리 265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AI 답변 속 등장·언급·추천·인용 빈도를 정량화했다.
이번 조사가 주목되는 지점은 카테고리별로 AI 답변 안에서 벌어지는 경쟁 구도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같은 뷰티 시장이라도 어떤 카테고리는 한 브랜드가 답변을 장악하고, 어떤 카테고리는 상위권 브랜드들이 촘촘하게 맞붙어 있다.
독주 카테고리와 혼전 카테고리가 공존
마스크팩 부문은 메디힐의 독주 체제였다. 메디힐은 81.3점으로 1위를 차지했는데, 2위 토리든(32.6점)과의 격차는 48.7점에 달했다. 메디힐은 전체 답변의 74.2%에서 첫 언급 시 1위로 등장해, AI 답변 안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반면 스킨케어 부문은 초접전이었다. 1위 라운드랩(30.5점)부터 4위 코스알엑스(27.6점)까지 상위 4개 브랜드의 점수 차는 2.9점에 불과했다. 에스트라(30.4점)·토리든(29.8점)이 그 사이를 채우며, AI 모델들이 스킨케어 브랜드를 뚜렷하게 서열화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라운드랩은 선케어 부문에서도 53.4점으로 1위에 올라, 스킨케어와 선케어 두 카테고리에서 동시에 상위권을 차지한 브랜드가 됐다.
카테고리마다 다른 1위 얼굴
클렌징 부문은 마녀공장과 바닐라코가 각 36.3점으로 공동 1위에 올랐고, 베이스 메이크업은 헤라(59.8점), 색조 메이크업은 롬앤(48.7점)이 1위를 차지했다. 남성 화장품은 이니스프리(32.8점), 뷰티 디바이스는 메디큐브(58.1점), 탈모 샴푸는 닥터포헤어(55.7점)가 각각 1위였다. 아홉 개 카테고리에서 아홉 개의 다른 1위 브랜드가 나온 셈으로, 특정 브랜드가 뷰티 전 영역의 AI 답변을 장악하지는 못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모델 간 편차와 지수의 한계
탈모 샴푸 카테고리에서는 TS샴푸가 챗GPT에서 77.5점을 받았지만 클로드에서는 0.1점에 그쳐, 같은 브랜드에 대한 AI 모델별 평가가 77.4점이나 벌어졌다. 이는 AI 모델마다 학습·검색 참조 방식이 달라 같은 브랜드라도 답변에 등장하는 빈도와 맥락이 크게 갈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탈모 샴푸 답변의 18.3%에는 미녹시딜 성분이 언급됐고, 뷰티 디바이스 답변의 9.2%에서는 하이푸가 첫 제시 항목으로 등장하는 등, 브랜드명 외에 성분·기술 키워드가 답변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도 확인됐다.
김준현 에이아이빅스랩 대표는 “국내 브랜드가 여러 뷰티 카테고리에서 높은 AIBIX를 기록했지만 카테고리마다 브랜드 간 경쟁 양상은 크게 달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브랜드명뿐 아니라 대표 제품과 성분, 기술 등 소비자가 실제로 질문하는 정보가 AI 답변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AIBIX는 측정 기간 동안의 AI 답변만을 반영한 지수로, 실제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제품 품질과는 무관하다. 측정 조건이 바뀌면 점수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특정 시점의 AI 답변 지형을 보여주는 스냅샷에 가깝다. 그럼에도 마스크팩처럼 한 브랜드가 답변을 독점하는 카테고리와 스킨케어처럼 상위권이 뒤섞여 경쟁하는 카테고리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뷰티 브랜드들이 앞으로 검색 최적화 못지않게 AI 답변 최적화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