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물류 업계의 경쟁 기준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물류센터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자동화 설비를 갖췄는지로 판가름됐지만, 최근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상황에 맞춰 설비와 작업 흐름을 조정하는 '운영지능(OI)' 역량이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브랜드별 상품 특성과 주문량 차이가 커지면서, 고정된 자동화 설비만으로는 다양한 물동량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운영지능이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된 사례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필먼트 서비스 품고를 운영하는 두핸즈가 2026년 9월 8일 자동화 센터 XFC의 초기 성과를 공개했다. 경기도 이천에 지난 5월 문을 연 XFC는 가동 3개월 만에 보관 적재율 100%를 달성했고, 1인당 시간당 포장 생산성은 수작업 대비 약 90% 증가했다. 규모는 5,000평에 달하며 하루 최대 약 2만 건의 물동량을, 약 7,000개 SKU를 취급한다.
두핸즈는 자동화 설비를 들여오기 전 상품과 주문 데이터를 먼저 분석해 공정을 설계하는 방식을 택했다. 자체 개발한 WMS(창고관리시스템)와 WCS(설비제어시스템)에 11년간 축적한 운영지능을 결합해 설비 배치와 작업 흐름을 짰고, 포장 공정부터 자동화를 적용했다. 설비 처리 비중은 전체의 50%로, 나머지는 수작업과 병행하는 구조다. 이 구조 덕분에 설비에 문제가 생겨도 물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치로 드러난 운영지능의 효과
실제 성과는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주문 1건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리드타임은 수작업보다 약 70% 줄었고, 실제 패킹 소요 시간도 약 40% 감소했다. 두핸즈는 현재 경기·충남·제주권에 걸쳐 16곳의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품고 나우라는 통합 운영관리 시스템(WMS·OMS·LMS)을 통해 이들 센터를 관리한다.
박찬재 두핸즈 대표는 “XFC는 3개월 만에 운영 효율과 규모를 함께 검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품고는 11년 동안 설비보다 운영지능을 먼저 축적했고, XFC는 그 운영지능이 물리적인 공간으로 구현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음 단계는 피지컬 AI
두핸즈는 XFC를 단순한 물류센터를 넘어 피지컬 AI 실증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위한 PoC(개념 검증)가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고객사별 물동량과 상품 특성에 맞춰 설비와 공간을 재배치할 계획이다. 박찬재 대표는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비 구성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해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에 브랜드사가 신뢰할 수 있는 물류 파트너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XFC 사례는 물류센터가 고정된 설비 투자만으로 경쟁력을 갖추던 시대에서, 데이터와 자동화·수작업을 유연하게 조합하는 운영지능 중심 체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이커머스 물류 업계에서는 얼마나 많은 로봇을 들여놓았는지가 아니라, 그 로봇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