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다세대·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관리 시장은 약 430만 세대 규모로 추산되지만, 오랫동안 수기 업무와 분산된 데이터에 의존해왔다. 관리비 산정부터 회계까지 표준화된 시스템 없이 개별 관리인이나 임대인이 직접 처리하는 구조가 많았고, 세대당 월평균 관리비 8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 시장의 연간 거래 규모는 약 4조1,000억 원에 이른다. 이런 환경에서 비아파트 관리 SaaS ‘관리비책’을 운영하는 한국주택정보가 2026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글로벌기업 협업 프로그램’ 마중 분야에 선정되며, 관리비 데이터를 주거 AI 인프라로 전환하는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법제 강화가 만드는 디지털 전환 수요
비아파트 관리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밀어붙이는 배경 중 하나는 법제 변화다. 개정 집합건물법은 전유부분 50개 이상 건물에 장부 작성과 5년간의 증빙서류 보관 의무를 부과한다. 수기 관리로는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지면서, 관리비 산정과 회계 처리를 자동화한 SaaS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관리비책은 현재 13만 세대 이상이 이용 중이며, 도입 후 관리 업무 시간이 90% 이상 줄었다는 수치가 이런 전환의 실효성을 보여준다.
관리비 데이터가 여는 확장 가능성
관리비 데이터를 축적한 이후의 확장 경로도 이번 선정의 핵심이다. 한국주택정보는 마중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화 자금 2억 원과 Azure 크레딧·기술지원을 확보하고, Azure AI Foundry를 활용해 주거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기존 AWS 인프라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Azure AI 기능을 더하는 멀티클라우드 구조를 택했고, 외부 서비스와 연결하는 MCP 서버 구축도 추진한다. 이윤곤 한국주택정보 대표는 “‘깜깜이 관리비’라는 오랜 사각지대를 관리비책이 기술로 현장에서 해결해왔고, 그 위에 주거 생활 전반을 연결하는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비 데이터를 발판으로 금융·시설관리 서비스까지 연계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관련 잠재 시장 규모는 최대 10조 원까지 추산된다. 관리비 산정이라는 좁은 영역에서 시작한 데이터가 주거 전반의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 이 시장을 지켜보는 이들의 관심사다. 이윤곤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검증받은 기술력에 MS의 AI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해 관리비를 넘어 주거 전반을 잇는 주거 AI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를 넘어서는 해외 진출 시도
비아파트 관리 시장의 데이터 인프라화는 국내에 머물지 않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주택정보는 일본을 첫 해외 거점으로 삼아 진출을 추진 중이며, MS와의 협업이 이 과정에서 기술·네트워크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비아파트 시장에서 축적한 관리비 데이터와 자동화 노하우가 해외에서도 통용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수기 업무에 갇혀 있던 비아파트 관리 영역이 AI 인프라 경쁠 대상으로 떠오르는 이번 흐름은, 앞으로 다른 사업자들의 движ에도 영향을 줄 만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