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산업의 생산방식과 경쟁 질서를 바꾸는 지금,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변수는 모델과 인프라에 쏟는 투자 규모만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시장에 실제로 적용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창업 생태계의 역량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자본·인재·데이터·시장·제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갖춰져야 AI 경쟁력이 실질적으로 축적된다는 문제의식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2026년 9월 7일 이러한 진단을 담은 ‘2026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발간하고 국회와 정부에 12개 정책·입법 과제를 제안했다. 자료집은 창업·성장·회수·재도전 전주기의 병목을 점검한 8대 핵심 정책과제와, 리걸테크·의료·피지컬AI·금융 4개 분야의 산업별 규제혁신과제로 구성됐다.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아젠다를 찾아볼 수 있는 목차도 함께 수록해 국정감사와 입법 과정에서의 활용성을 높였다.
전주기에 걸린 제도적 병목
자료집이 짚는 병목은 창업 초기부터 재도전까지 전 구간에 걸쳐 있다. AI 관련 법·제도의 정합성을 정비하고 개인정보·저작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 플랫폼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과제가 나란히 제시됐다. 초기 투자부터 회수까지 자본이 순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근로시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담겼다.
재도전 국면에서는 연대보증 폐지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창업자 개인의 책임 문제가 지적됐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인 임정욱이 특별기고로 이 문제를 짚었다는 점은, 제도적 안전망이 표면적으로만 정비됐을 뿐 실질적인 위험 분산은 미완이라는 시각을 보여준다.
산업별로 갈리는 규제혁신 과제
산업별 규제혁신과제는 리걸테크, 의료(비대면진료), 피지컬AI, 디지털금융 네 분야에서 각각 제시됐다. 산업마다 축적된 규제의 결이 다른 만큼, 일괄적인 완화가 아니라 분야별 맥락에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AI가 여러 산업의 생산방식을 바꾸는 국면에서, 이들 분야는 신기술의 실증과 확산이 특히 제도와 충돌하기 쉬운 지점으로 꼽힌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 이기대는 “2026년 상반기 벤처투자가 외형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AI·딥테크 투자 편중과 미국에서 창업하는 스타트업 증가, 취약한 회수시장 등 점검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기업 규모와 실제 위험에 비례하는 정교한 제도를 설계해 창업부터 실증·성장·회수·재도전까지 전 과정이 원활하게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투자 회복이 지표상으로 드러나는 것과 별개로, 투자가 AI·딥테크에 편중되고 회수시장이 취약한 구조는 생태계 전반의 균형을 흔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미국에서 창업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는 언급 역시, 국내 제도적 병목이 창업의 무대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기대 공동대표는 “이번 자료집이 국회와 정부가 스타트업 생태계의 제도적 병목을 살펴보고 혁신과 성장을 뒷받침할 정책과 입법을 설계하는 데 유용한 참고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자료집이 짚어내는 흐름은 하나로 모인다.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모델과 인프라라는 하드웨어적 투자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으며, 자본·인재·데이터·시장·제도가 맞물려 돌아가는 생태계의 소프트웨어적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부터 재도전까지 전주기에 걸쳐 흩어져 있던 병목을 하나의 자료집으로 엮어낸 시도 자체가, 그 역량을 어디서부터 손봐야 하는지에 대한 이번 생태계의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