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타트업들의 수익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온라인여행사(OTA)들이 최저가 경쟁과 고객획득비용(CAC) 상승에 발이 묶이면서, 마케팅비를 쏟아붓는 B2C 모델 대신 기업이 이미 보유한 고객 기반을 활용하는 B2B AI 인프라로 방향을 트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병주(Mike Lee) 리아드코퍼레이션 대표는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야놀자그룹 출신인 이 대표는 2026년 9월 호텔 검색·견적·예약·정산을 자동화하는 B2B AI 솔루션 ‘예약(yeyak)’을 선보였다.
“B2C 온라인 여행 시장의 최저가 경쟁과 마케팅비 지출은 스타트업이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직원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수작업은 기계에 맡기고 사람은 상담과 제안에 집중하게 만드는 백오피스 생산성 도구로서 자생적인 B2B AI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이 대표는 말했다.
뒷단 업무가 여전히 수작업에 갇힌 이유
여행업계 뒷단, 즉 견적·예약·정산 업무는 여전히 이메일·전화·엑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적 비효율은 리아드가 사업 모델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리아드는 3년가량의 조정 기간을 거쳐 B2C 온라인여행사에서 B2B AI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했다.
‘예약’은 전 세계 300만 개 이상 호텔 정보를 연동해 AI가 조건에 맞는 숙소와 요금을 조회한다. 그 결과 기존 최소 20분에서 최장 3일까지 걸리던 견적 생성 시간이 12초에서 5분으로 단축됐고, 다도시·단체 호텔 견적 처리 속도는 기존보다 4~7배 빨라졌다. 담당자 1인당 처리 업무량도 약 3배 늘었다는 게 리아드 측 설명이다.

사람은 상담, AI는 반복 업무 — Human-in-the-loop
리아드는 AI가 반복 업무를 처리하고 사람은 예외 상황과 상담에 집중하는 Human-in-the-loop 구조를 택했다. 2026년 8월 초 도입한 카카오톡 채널 기반 ‘예약 심부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대화형으로 견적을 생성해 평균 5분 이내에 결과를 내놓는다.
SDK 연동을 통해 카드사·핀테크 앱에 예약 기능을 직접 탑재하는 방식도 있다. 이 경우 단순 조건 조회부터 예약 처리까지 약 12초 만에 끝난다. 리아드가 진행한 PoC에서는 예약 전환율이 기존 수작업 대비 약 20% 높게 나타났다.
카드사·핀테크의 기존 고객을 여행 수요로
이 대표가 사업 모델을 설계하며 참고한 사례는 JP모건 체이스가 운영하는 체이스 트래블(Chase Travel)이다. 카드사·핀테크 플랫폼이 이미 확보한 고객 기반을 활용하면 별도 마케팅비 없이 여행 수요를 끌어올 수 있다는 구조다. 카드사 포인트·리워드와 여행 예약을 결합하는 방식이 이 모델의 핵심이다.
“돈만 때려붓는 마케팅 경쟁이 아닌 AI를 활용해 자생적으로 성장 가능한 B2B 인프라를 구축할 것입니다.”라고 이 대표는 밝혔다. 리아드는 2025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글로벌 트랙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이 같은 방향성을 외부에서도 인정받았다.

호텔 다음은 항공·렌터카·패키지
리아드는 손익분기점(BEP) 달성 목표 시점을 2027년 1분기로 잡고 있다. 대형 플랫폼 탑재가 본격화하는 시점도 2027년 1~2분기로 예상한다. 현재는 호텔 중심이지만 향후 항공·렌터카·가이드·패키지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B2C 마케팅 경쟁의 한계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기존 고객 기반을 가진 카드사·핀테크와 결합해 AI로 반복 업무를 덜어내는 방식이 여행테크 섹터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지 지켜볼 대목이다.